왕곡[旺谷]마을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오봉1리
6.25사변에서 가장 격렬한 전투를 치룬 지역의 하나가 강원도다 그래서 강원도에는 별다른 문화유산이 남아있지 않다. 이런 현실 속에서 구석구석 숨어 있는 우리 문화재를 찾아다니는 것이 묘미이지만 강원도 고성군에 위치한 왕곡마을은 그 존재가 비교적 늦게 알려진 곳이다. 속초에서 더 북쪽으로 간성을 향하다 보면 간성 읍내 근처에 송지호라는 호수가 자리 잡고 있다. 워낙 유명한 석호여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인데 이 송지호를 끼고 들어가면 왕곡마을이 나타난다.
왕곡마을은 눈이 많이 내리는 강원도 날씨에 최적화된 한옥들이 여러채 남아 있고 아직 마을사람들이 실제 거주하는 생동감 넘치는 작은 시골마을이다. 이 마을 전체의 문화재적 가치가 인정되어 중요민속자료 제235호로 지정되었으며 이제는 강원도 유일의 전통마을로 많이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 이곳은 1970년대 한 방송사가 전투영화를 촬영할 장소를 섭외 하던 중 오래된 한옥이 많이 남아 있고 촬영에 적합한 장소라 생각되어 여기서 촬영을 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한다.
마을은 개울을 따라 이어진 마을 안길을 중심으로 산을 등지고 여러채의 가옥들이 옹기종기 자리를 잡고 있다. 집들 사이에는 텃밭이 조성되어 있고 거의 모든 가옥이 북부지방의 특징이라 가지고 있는데 안방,사랑방,마루,부엌이 하나의 건물내에 만들어져 있고 부엌에 외양간이 붙어있는 전형적인 양통집 구조를 하고 있다. 또한 마을안길과 바로 연결되는 앞마당은 외부인에게 개방적인 반면 비교적 높은 담으로 뒷마당을 둘러쌓아 폐쇄적 구조 만들어 놓았다.
지금은 어떤 모습인지 모르겠으나 별도의 편의시설이 없어 마을에는 허름한 간판을 걸어 놓은 식당 두어 곳이 전부였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 들어간 식당의 메뉴 또한 단촐하다. 기대반 의심반으로 식사를 주문하고 기다리려니 일손이 부족한지 한참을 기다려도 음식이 나오지 않아 많이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주인장의 음식솜씨는 이런 기다림을 한번에 잊게 하는 맛이였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배가 고파서 그리 맛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눈이 많이 쌓이는 겨울에 꼭 한번 찾아와 보고 싶은 곳인데 눈속에 파묻혀 있는 왕곡마을의 풍경이 보고 싶어진다. 인근에 있는 송지호도 동해바다 만큼이나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풍경이다. 석호가 동해안이 아니라면 흔치 않은 자연호수여서 그럴지도 모르나 송지호 전망대는 이 지역을 드라이브하는 관광객들의 필수코스가 되었다. 그런데 이곳 송지호도 눈이 펄펄 내리는 날 얼어붙은 호수를 보고 있으면 더욱더 운치 있을 것 만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여행스케치 당간 syston@hotmail.com
왕곡마을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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