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는 구석구석 절집도 많고 다양한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다. 그런데 전혀 알려지지 않은 곳도 있다. 중요민속자료 제149호로 지정된 몽심재는 지리산 서쪽 기슭 곡성 인근에 자리 잡은 고택으로 1753년 영조29년부터 1830년 순조 30년까지 오랜 세월을 살아온 박동식씨가 지어 살았던 집이다. 이 때문인지 지금도 몽심재는 문화재라고 하기 보다는 좀 오래된 살림집인 것처럼 보인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여서 동네사람들도 몽심재라는 명칭을 잘 모르는듯 했다.
하지만 어렵게 어렵게 몽심재 찾아가 그 앞에서니 한눈에 좋은 문화유산임을 확인할 수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남원이지만 곡성에서 더 가까운 몽심재는 남원과 곡성을 오가는 시내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꼴로 다니는 그저 평범한 시골마을이다. 집은 작은 개울을 따라 난 길을 오르면 계곡에 꼭 틀어 막혀 있으나 이웃에 넓은 들이 있어 풍요롭고 평화로운 마을로 느껴졌다. 활짝 열어 놓은 우뚝 선 솟을 대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에 큰 바위와 연당이 자리 잡고 있고 연당에는 작은 정자하나를 지어 놓았다.
세월이 흘러 회려한 색채가 전부 사라진 오래된 나무만을 사용해 만들어 놓은 사랑채는 정면5칸, 측면2칸 반의 목조건물이고 몽심재라는 편액이 달려있다. 사랑채 뒤로 안채가 자리 잡고 있고 사랑채보다 높은 단위에 ㄷ자형 건물로 만들었다. 현재도 노부부가 생활을 하고 있어 안채까지는 구석구석 구경 할수 없었지만 집안 여기저기에는 농가주택의 생활 흔적들이 남아 있다. 크지 않은 집을 구석구석 구경을 하다가 집주인과 마주쳤다. 먼저 인사를 드리니 기분 좋다는 표정으로 답례를 해주신다. 주인을 모습을 닮은 듯 한 집안 분위기는 몽심재 자체보다 더 값진 것 이였다.
제대로 관리가 되기 딱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춘 몽심재가 지금도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것은 여기서 생활하고 있는 노부부의 노력이 분명해 보인다. 여기저기 농삿일을 위해 펼쳐놓은 농기구하며 농사부자재들이 지저분하게 흩어져 있지만 이건 분명 살아있는 집에서만 볼수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더 정감이 느껴지는 몽심재는 부인 할 수 없는 우리의 문화유산이자 오래전 조상의 생활터전을 이어본 값진 문화재가 아닌가 다음에 몽심재를 다시 방문하면 그곳을 지키고 있는 두분께 좀더 상냥하게 말을 걸어보고 싶어진다.
여행스케치 당간 systo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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