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곡사[燕谷寺]
지리산에는 계곡마다 골짜기 마다 여러 개의 사찰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래서 유명한 절집도 많고 절집마다 훙륭한 문화유적도 많이 남아있다. 연곡사는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내동리에 위치한 천년고찰이다. 구례군 토지면 내동리 하면 여기가 어디야 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것 보다 지리산 피아골 초입 이렇게 애기하면 대부분 어디쯤인지 알겠다 하실 것이다. 구례에서 매일 서너 차례 시내버스가 다니지만 행정구역안 전남 구례보다 경남 하동에서 더 가까운 곳이기도 하다.
연곡사는 통일신라시대 연기조사가 창건하고 신라말기 수선도량으로 유명했던 절집이다. 임진왜란때 전소되어 1649년 중창되었고 1745년 영조 21년에는 연곡사 밤나무로 만든 신주목을 왕실에 봉납하기도 했다. 6.25전쟁 때 지리산 피아골 전투로 다시 폐사되었다가 1965년에야 소규모 전각들이 세워져 그 명맥을 유지하다가 1980년 이후 본격적으로 복원되기 시작한 곳이다. 연곡사에는 정말 유명한 국보급 문화재가 꼭꼭 숨어 있다. 사찰은 수차례 폐사되어 남은 게 별도 없건만 어떻게 이런 문화유산이 살아남게 되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연곡사 뒤편의 산등성이를 몇백 미터 오르다보면 산중턱에 2개의 부도가 나타나는데 이게 국보 제53호 연곡사 동부도와 국보 제54호 연곡사 북부도이다. 한국 부도의 백미로 첫손가락에 꼽힐만한 작품들이다. 누구의 부도인지 정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아름다운 조각 솜씨를 더해 만들어진 두 개의 부도는 한국 불교 예술에 수준을 말해주는 귀중한 문화유산들이다. 이밖에도 연곡사에는 보물 제151호로 지정된 삼층석탑과 보물 제152호로 지정된 현각선사탑비, 보물 제153호 동부도, 보물 제154호 서부도등이 남아 있다. 모두 석조문화재인데 절이 폐사되면서도 돌로 만든 문화재만 살아 남아 오늘날까지 이어져 우리 눈앞에 남았다.
봄꽃으로 유명하기도한 연곡사는 봄에 지리산 피아골이 꽃으로 뒤덮힐 때 아름답기로 유명한 사찰이다. 늦은 가을에 찾았지만 지는 단풍속에 자리잡은 연곡사의 분위기가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폐사를 거듭하며 겨우 겨우 복원해 놓은 전각들이 어딘지 모르게 슬퍼보인다. 경내 분위기는 그래서 더 애뜻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화려한 봄 꽃이 연곡사를 장식하면 그속에서 더 슬픈 역사가 묻어 나올것만 같아 뒤돌아 나오는 발길을 때기가 정말 어쉬웠다.
여행스케치 당간 systo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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