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 사천리 19 T.041-330-7700
부석사 무량수전, 봉정사 극락전과 더불어 현존하는 최고의 목조 건출물로 손에 꼽히는 수덕사 대웅전 어떤 문화재 전문가는 수덕사에 이 대웅전이 있어 수덕사를 찾는 길이 행복하다 하였다고 쓰기도 하였다. 실제 수덕사를 찾아 대웅전 앞에서면 정말 웅장한 느낌이 든다. 몇백년이 지난 현재에도 이런 느낌인데 이 건물을 만들 당시 대웅전의 맞배지붕이 얼마나 거대하고 웅장하게 느껴졌을까?
수덕사는 충청남도 예산군 덕숭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정확한 기록이 없어 언제 창건되었는지 의견이 분분하기는 하지만 백제의 문헌에 나오는 12개 사찰 중 현존하는 유일한 사찰인 것으로 미루어 백제시대에 창건되었을 것으로 추측되며 경내에서 출토되는 백제 와당등 여러 가지 출토 유물로 미루어 보아 학계에서는 대체적으로 백제 위덕왕 재위시에 창건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해안에 가까운 탓에 이 일대는 여행을 해 보면 높은 산이 별로 없고 대부분의 지형이 나즈마한 야산으로 이루어져 있어 이런 곳에 그리 유명한 사찰이 있을까 하는 생각마져 든다. 그런데 막상 예산 삽교를 지나 덕숭산 아래쪽에 당도하면 제법 산다운 산이 시야에 들어오고 계곡 초입에 당도해서 상업지구의 여러 시설물들을 지나다 보면 어느새 여느 명산고찰과 다름이 없는 모습으로 변해버리는 주변을 발견 할 수 있다.
사실 수덕사는 대웅전을 제외하면 별로 볼것이 없는 사찰이다. 최근에 많은 돈을 들여 만들어 놓은 여러 시설물들은 그저 시선을 어지럽힐뿐 이 곳을 찾는 이에게는 그리 탐탐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런 거치장스러운 시설물들을 지나 대웅전 앞마당에 오르면 정면으로 대웅전이 시야에 들어오고 순간 거추장스러운 잡생각이 싹 가시는거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수덕사 대웅전은 부석사 무량수전 처럼 아름다운 곡선이나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은 전혀 없는 무뚝뚝한 목조건축물이다. 그런데 그 굵직한 선과 묶직함은 직선들이 남성미를 물씬 풍기는 듯하여 감탄을 자아 내기에 충분하다. 대웅전은 1940년 중수 당시 대들보에서 나온 묵서명을 통해 고려 충렬왕 34년 (1308년)에 건립된 건물로 밝혀 졌으며 겹치마 맛배지붕에 주심포 형식을 가진 정면3칸 측면4칸의 목조 건축물이다.
그렇게 사찰의 이곳 저곳을 돌아 다니며 기웃기웃하다 보면 이 절집의 위치가 참으로 절묘하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어느 절집이나 마찬가지 이겠지만 수덕사 역시 절경을 자랑한다. 대웅전 뒤편으로는 덕숭산이 병품 처럼 쳐있고 앞으로는 시원하게 떠져 예안 평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절경중의 절경이다. 과거에 이런 사찰을 창건한 고승들은 한결같이 이런 풍수를 골라 잡을수 있는 식견과 학식을 겸비한 전문가 들였나 하는 생각이 절도 날정도로 멎진 자리에 자리를 잡고 있다.
수덕사를 애기하면 꼭 빠지지 않은 애기가 하나 더 있다. 수덕사 경내를 빠져나오다 보면 지금은 새길이 나있지만 옛길 초입에 위치한 수덕여관과 그에 얽힌 예술가 몇몇 사람의 삶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주인공들은 한국 최초의 여류 서양화가였던 라혜석과 비구니 스님 김일엽 그리고 몇 해전 타계한 고암 이응로 화백이다.
특히 라혜석은 여류시인이자 한국최초의 여류 서양화가로 당시 동경유학까지 다녀온 보기 드문 재원이였으나 1934년 이혼 후 쇠약해진 몸을 이끌고 출가를 위해 수덕사를 찾았다가 당시 수덕사 조실 만공스님으로부터 거절 당한 후 한동안 수덕여관에 머무르며 예술인과 교류하고 집필 활동을 했던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렇게 몇 년간 수덕여관에 머물던 라혜석은 흔적없이 사라졌다가 몇 년후 객사함으로서 그 파란만장했던 삶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 시기에 라혜석보다 젊은 고암 이응로가 수덕사를 찾아 라혜석과 교류하게 되었고 이런 인연으로 고암은 라혜석이 떠난 수덕여관을 매입하여 본 부인 박귀히 여사에게 운영을 맡겼고 파리유학과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른뒤 말년에 수덕여관에 내려와 기거하며 1988년 작고 할때까지 이곳에서 작품활동을 했던 곳이다. 몇백년을 아무 말없이 버터온 수덕사 대웅전 아래 자리한 수덕여관과 그에 얽혀있는 이야기들은 들으며 또 한번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된다.
여행스케치 당간 systo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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